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그리고 신학자들이 매달려온 근원적인 물음입니다. 조직신학의 체계 안에서 '인간론(Anthropology)'은 단순히 생물학적 인류를 정의하는 것을 넘어,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인간의 위치와 사명을 규명하는 작업입니다. 특히 인간의 기원과 그 존재의 구조를 살피는 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밝히는 이정표가 됩니다.

1. 인간의 기원: 흙과 하늘의 생기
성경은 인간의 기원을 우연의 산물이나 단순한 진화의 결과로 기록하지 않습니다.
창세기 2장 7절은 인간이 지음 받은 과정을 매우 입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이 짧은 구절 안에 인간의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땅의 흙(Dust)'입니다. 이는 인간이 피조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유한성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 땅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의 질서 속에 종속된 존재입니다. 흙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늘 겸손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아니라, 창조주가 빚어내신 작품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생기(Nishmat Chayyim)'입니다. 하나님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만큼은 당신의 숨결을 직접 불어넣으셨습니다. 이 '숨'은 인간을 단순한 유기적 생명체(Animal)를 넘어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영적 존재(Spiritual Being)로 격상시킵니다. 따라서 인간의 기원은 땅에 뿌리를 박고 있으나, 그 생명의 원천은 하늘에 닿아 있는 신비로운 결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2. 인간의 구조: 영, 혼, 몸의 유기적 이해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인간의 구조를 영혼과 몸의 '이분설(Dichotomy)'로 보느냐, 영과 혼과 몸의 '삼분설(Trichotomy)'로 보느냐는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이분설 지지자들은 성경의 여러 사례와 원어에서 영과 혼이 혼용된다는 점을 들으며 삼분설을 헬라 철학적 분리하고 경계합니다. 반면 삼분설 지지자들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23절과 여러 성경 구절을 들어 인간의 영적인 기능과 심리적인 혼을 구분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 자체에 매몰되는 것은 성경을 오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이 쓰인 원어의 맥락에서 영과 혼은 칼로 자르듯 분별되는 실체가 아니라, 전인적인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서술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설이 맞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실존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2.1. 영(Spirit): 하나님과 마주하는 지성소
영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빚으신 후 그분과 교통하기 위해 허락하신 '하늘의 통로'입니다. 영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여 하나님의 숨결을 보존하는 자리입니다. 이곳은 성령이 거하시는 처소이며, 인간이 초월적인 하나님을 인식하고 그분의 음성을 듣는 영적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타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절대자를 갈망하는 이유는 우리 안에 이 '영적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2. 혼(Soul): 성장하고 발전하는 인격적 자아
혼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생명의 원리이자,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며 형성해 나가는 인격의 총체입니다. 혼은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선택, 학습에 의해 점점 커지고 발전하며 성숙해가는 영역입니다. 지성, 감정, 의지로 대변되는 이 혼적 기능은 영으로부터 오는 신성한 생명을 수용하여 육체를 통해 현실의 삶으로 번역해냅니다. 따라서 혼의 성숙은 신앙의 경건과 직결되며, 영이 하나님을 향할 때 혼은 비로소 올바른 인격적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2.3. 몸(Body): 영광의 도구이자 집
몸은 영과 혼이 이 땅에서 실재하며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물리적 기반입니다. 성경은 몸을 영혼을 가두는 감옥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희 몸은 하나님의 성전"(고전 6:19)이라고 선언하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인간은 몸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돌보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구체적인 순종의 삶을 실천합니다. 결국 영과 혼과 몸은 분리된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통전적 연합체인 것입니다.
3. 하나님의 형상(Imago Dei)과 원래의 상태
인간의 기원과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외형적인 유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이고 기능적인 유사성을 의미합니다.
- 지정의의 공유: 하나님은 인격적이신 분이기에, 그분을 닮은 인간 역시 생각하고 느끼며 결정하는 인격적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 통치권의 위임: 하나님은 만물의 주인이시며, 인간은 그분의 대리자로 이 세상을 다스리고 보존할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랑의 통치를 의미합니다.
- 관계적 존재: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완벽한 연합 속에 계시듯, 인간도 하나님 및 타인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인간다워집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형상이 온전히 보존되었던 **'인간의 원래 상태'**는 완벽한 조화의 상태였습니다. 영은 하나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고, 혼은 그분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렸으며, 몸은 어떤 질병이나 고통 없이 생명력을 발휘했습니다. 인간은 죽음을 경험할 필요가 없는 존재(Posse non mori)로서, 하나님이 동산에 거니실 때 그분을 기쁨으로 마주할 수 있는 순전한 상태였습니다.
4. 다시 쓰는 인간론의 결론: 회복된 인간으로 살아가기
결론적으로 인간의 구조적 논쟁(이분설 vs 삼분설)은 정답을 가려내기 위한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고귀함과 책임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땅의 흙에서 온 비천한 존재이나, 동시에 하나님의 숨결을 품은 위대한 존재입니다. 영을 통해 하나님과 매일 소통하고, 그 은혜 안에서 혼(인격)을 끊임없이 성장시키며, 우리의 몸을 의의 병기로 드리는 삶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참된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죄로 인해 일부분 파괴되고 왜곡되었지만, 제2의 아담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다시 그 기원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기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통해 날마다 새로워지는 존재로 살아가야 합니다.